광고 ? Just SiMPlE

요즘 신문을 몇 장 넘기면 갑자기 화려한 숲 속의 궁전 그림이 나옵니다.
거기서 살면 얼마나 행복한데 당장 이사하지 않고 뭐 하느냐고 마구 손짓을 합니다.
"무슨 무슨 빌" 광고들이지요. 아직 짓지도 않았을 텐데 조감도만 봐도 저녁에 집에 들어가려면
하인들이 두 줄로 서서 고개를 조아릴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대개 한 면 전단도 모자라 두 면에 전단으로
싣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광고 면이 시원스레 넓어서 눈이 가기는 하지만 그 광고들은 대개 요소가 너무
많아 현란하고 복잡하거든요. 꼭 분양 광고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똑딱, 똑딱" 이게 2초입니다.
지난 번에 말씀 드린 것처럼 그 안에 독자의 주의를 집중시켜야지요.

아니면 한 회에 1억원 들여서 신문 전단 광고 해 봐야 그저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광고를 "단순하게 만들자고요.(Be single-minded.)"
광고를 만드는 우리가 이 단순한 말을 모를 리야 없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잠시 잊거나 광고주의
집요한 공격에 그만 절충하거나 포기하게 되니까요. 사람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성인이 사물에 집중하는 시간이 약 9초랍니다. 게다가 광고 하나를 2초 본다는데 무얼 자꾸 더 담겠습니까?

단순한 내용일수록 기억하기 쉽습니다.

광고 하단에 빽빽하게 들어간 대리점 전화번호가 중요할 때도 있지만,
광고 한 편에는 한 가지 내용만 넣어야 유리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삽시다.
저도 어떤 사람을 기억할 때 한 가지 특징만 기억합니다. 착한 사람, 똑똑한 사람, 신경질 많은 사람 등등.

여기서 제가 연전에 오길비 앤 매더의 월드와이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닐 프렌치(Neil French)에게 이 문제에 대해 교육을 받으며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일부 소개해 드립니다.


Q : 광고를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지요.

A : 가끔 카피라이터와 아트 디렉터는 서로를 너무 존중해 주는 나머지, 그림도 페이지 가득 채우고
    헤드라인과 카피도 가득 채우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나는 카피라이터니까 의무적으로 카피를 길게 쓰고 보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트 디렉터도 그림에 대한 미련이 넘쳐 너무 복잡하게 만들거나 폰트를 여러 가지 섞고,

    레이아웃에 지나치게 공을 들여 내 실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생각보다 똑똑합니다.

    그들은 내가 맡은 작품에 관심이 없습니다. 광고주가 누구인지도 관심 없습니다.

    길 가다가 주유소 간판을 찾아 기름 넣으러 갈 때나 필요하지,
    광고주 이름이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광고 보겠다고 잡지를 사는 사람이 있습니까? 광고 보려고 TV 보는 사람 봤습니까?

    거듭 말하지만 광고는 단순해야 합니다.
    포스터 정도의 정보만 들어 있으면 충분하죠.
    인생은 광고나 보면서 살기에는 너무 짧으니까요.

Q : 그럼 광고를 단순하게 만드는 어떤 비결 같은 것이 있습니까?

A : 있지요. 광고를 많이 만들고 많이 보다가 얻은 비결인데

     "최소한의 5가지 요소"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쇄 광고에서 뺄 수 없는 5가지를 말하는 건데 그것들이 무엇 무엇이겠습니까?

    우선 헤드라인이 있고, 그림, 바디 카피, 로고가 있어야지요.

    아마 하나 정도 더 허용한다면 태그 라인이 있겠군요.
    이 이상은 넣지 마십시오. 만일 그 중 하나를 빼고 4개만으로 구성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3개라면? 그건 대단한 거죠. 2개라면 더욱 좋습니다. 만일 하나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좋죠.
    국제 광고제 수상 감입니다. 못 믿겠으면 당장이라도 수상작품 모음집을 뒤져보십시오.


'아하, 그렇구나! 역시 배워야 돼.'
솔직히 그 전까지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광고를 만들어 왔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원칙 같은 것은 없을 것이므로 무조건 단순하게 만들어야 좋은 것은 아니겠지요. 단순함의 적은 단조로움입니다.
단순하게 만들되 보는 재미가 있게 만들어야 하지요. 또 그저 관심만 끌어서는 부족합니다.
도망가려고만 하는 소비자를 불렀으면 말을 걸어야지요.

우리 광고와 잘 된 외국광고의 결정적인 차이가 그 점입니다.

우리는 가르치려 하고 진정한 선수들은 말을 겁니다. 그래서 잘 된 외국 광고의 헤드라인에는
단정적인 말투보다 질문형이 많이 눈에 띕니다.

광고 보는 이를 너무 골치 아프게 하면 곤란하지만 생각할 여지를 좀 남겨줍시다.

어떤 의미에서 광고는 퀴즈와 닮았습니다.

궁금하게 해서 관심을 끌고 답을 제공하는 형식을 많이 쓰니까요.
미리부터 수수께끼의 답을 이야기해 주면 당연히 재미가 없지요.